돈은 빅테크로 흐른다 (1부): 기술의 발전과 가치 3.0의 탄생


테크 기업의 성장은 기존 경제의 상당 부분을 잠식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전통적으로 유망한 업종이었던 소매업, 석유화학 업종, 식품업 등은 시장가치가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기존의 가치 평가 방법(예. PER, PBR 등)의 기준으로는 테크 기업의 가치를 적정하게 평가할 수 없다는 내용으로 책의 서두를 시작합니다.

동시에 지난 50년간 빅테크의 괄목할만한 성장세에 주목합니다. 현재 테크주의 상황은 21세기 초의 닷컴 버블과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는 것을 지적합니다. 닷컴 시절은 기술적 기반(스마트폰 보급, 인터넷 사용 인구)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았지만, 현재는 기술적 기반이 충분히 마련되어 있기 때문에 테크주들은 빠른 수익 실현의 가능성이 있습니다.

테크주에 투자함에 있어 저자가 제시하는 몇 가지 원칙이 있습니다.

  • 주식시장은 기업의 집합소이고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 역사적으로 부를 축적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 세계 경제가 점점 디지털화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테크기업이 부를 창출하는 방식을 배워야 한다.
  • 그런 기업 가운데 가장 좋은 곳에 투자하고 누적되는 복리의 힘이 효력을 발휘하도록 한다.

지금부터 책을 읽어가면서 의미 있는 내용을 기억해서, 포스팅에 담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가치 1.0: 벤저민 그레이엄과 자산가치의 시대

벤저민 그레이엄

대표작 <현명한 투자자>

현대 증권 분석의 아버지로 알려진 벤저민 그레이엄은 기업을 청산할 때의 가치, 즉 청산 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기업을 사고 싶어 했습니다. 내재 가치보다 저평가된 주식을 사서 보유하고 주가가 내재가치에 도달하면 파는 가치 투자인 동시에, 현대에도 쉽게 이해되고 적용할 수 있는 투자 방법입니다. 여기서 추가로 등장하는 개념이 안전 마진입니다. 안전 마진은 순운전자본(유동자산-유동부채)과 시가총액의 차이를 의미하며, 내재된 가치와 시가의 차이를 안전 마진으로 인식합니다 저자는 벤저민 그레이엄의 투자 방식을 가치 1.0이라고 지칭합니다.

다만 가치 1.0의 문제점은 주식 시장이 투명해지고 발전할수록, 저평가된 주식이 가지고 있는 가치 프리미엄이 점점 감소한다는 사실입니다. 이를 길거리에서 주운 싸구려 담배꽁초에 비유합니다. 한두 모금 피우기는 좋지만, 곧 버리고 새로운 꽁초를 찾아야 합니다. 포트폴리오의 순환 주기가 빠르기 때문에 계속해서 포트폴리오를 수정·변경해야 합니다. 이는 그레이엄이 활동하던 1930~50년대에는 적용할 수 있었지만, 현시점에도 적절한 투자 방식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당시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던 그레이엄에게 그의 투자 방식을 계승·발전시킬 한 학생이 나타납니다.


가치 2.0: 워런 버핏과 브랜드 그리고 TV

<워런 버핏과 그의 투자 지주회사 버크셔 해서웨이>

워런 버핏은 대학 시절에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를 읽었고 그레이엄의 투자 철학은 버핏을 매료시킵니다. 그리고 버핏의 초창기 투자 방식이 버핏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머지않아 그레이엄의 방식을 벗어나 그만의 투자 방식을 찾게 됩니다. 그레이엄이 활동하던 시기와 달리 버핏이 활동하던 시기는 세계 대전이 끝난 1950년대였으며, 대공황의 여파도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미국의 중산층은 해마다 증가했고, 주식시장도 안정적으로 발전하고 있었습니다. 염가에 거래되는 주식에 초점을 맞추던 과거와 다른 방식이 필요했습니다.

버핏이 선택한 방식은 신중하고 보수적인 가치 평가가 아니라 좀 더 진취적이고 낙관적인 요소, 즉 기업의 성장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게 됩니다. (가치 2.0) 이런 투자 방식에 기초하여 구매하여 큰 수익을 가져다준 주식이 가이코(GEICO)입니다. 가이코는 자동차 보험 회사이며 공무원이라는 특정 계층을 겨냥하고, 보험 판매원 대신 우편 및 전화로만 보험을 판매하는 회사였습니다. 고객의 특성을 감안할 때 사고 위험이 현저히 낮다고 판단했고, 비용 측면에서도 다른 보험사 대비 비교 우위가 있다고 버핏은 판단합니다. 이런 비교 우위를 하버드 대학교의 마이클 포터 교수는 경쟁 우위(Competitive advantage)라고 불렀습니다.

버핏은 이런 기업의 경쟁 우위를 기업을 둘러싼 해자(moat, 방어 용도로 성을 둘러싼 수로)라고 지칭합니다. 1950~80년대 버핏의 주요 투자 주식은 가이코, 디즈니, 캐피털 시티/ABC, 코카콜라입니다. 경쟁사보다 더 많은 광고비를 지출하며, TV 광고의 힘을 빌려 코카콜라는 급격하게 성장합니다. 이런 주식들을 매수할 때 이미 내재가치보다 주가가 낮은 주식을 구입한다는 원칙은 버핏에게 더 이상 중요하지 않습니다. 상당수의 주식을 비싼 가격에 매입합니다. 버핏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좋은 비즈니스는 꾸준히 성장하고, 초기 매수 가격을 압도할 만한 성장 잠재력이 있음을 가치 투자 2.0으로 증명하였습니다.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당시의 뛰어난 투자 아이디어는 정량적인 분석이 아니라, 정성적인 요인에서 나왔음을 고백합니다.

가치 1.0이 그랬던 것처럼 시대가 바뀜에 따라 가치 2.0 투자 방식도 점점 한계를 드러내게 됩니다. 이익 창출 능력이 있고 성장성이 있는 성숙 단계의 기업에 초점을 맞추던 버핏의 가치 평가 방식도, 디지털 시대가 창출하는 막대한 무형의 가치를 완벽하게 반영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선 버핏이 발굴해 성과를 냈던 브랜드-미디어 산업 자체가 서서히 죽어가고 있습니다.

브로드캐스팅이라는 개념도 온라인 미디어 플랫폼인 유튜브, 페이스북, 틱톡과 같은 모노캐스팅에 밀려나고 있습니다. 고객에 대한 타깃 광고도 온라인 미디어를 활용하는 것이 TV에 비해 더 정확하고 저렴한 비용으로 고객에게 노출됩니다. ’22년 기준 버핏이 보유한 유일한 테크기업은 애플입니다. 애플은 구시대의 소비재 기업의 특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습니다. 성숙한 산업인 스마트폰 시장에서 고급스러운 이미지로 제품을 포지셔닝하기 때문입니다. 느리지만 확실하게 매출과 이익이 증가하고, 시장 지배적이며 성숙한 기업을 찾는 버핏의 투자 방식은 또 다른 진화가 필요합니다.


가치 3.0: BMP 템플릿과 어닝 파워

구경제에 유망하던 기업들은 아직도 PER 기준으로 볼 때 주가가 저렴해 보입니다. 반면 테크 기업들은 PER 기준으로 볼 때 주가가 비싸 보입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할까요? 전자는 기업이 매력적이어서가 아니라 전망이 어둡기 때문이고, 후자는 연구, 개발, 마케팅에 엄청난 비용을 쏟아붓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챕터에서는 매력적인 투자 기회를 찾기 위한 양식인 BMP 템플릿과 구경제의 기업과 테크 기업을 비교하기 위한 지표인 어닝파워를 소개합니다.

기업의 투자 적합성을 평가하기 위한 BMP 템플릿은 Business, Management, Price의 줄임말입니다. 좀 더 상세히 말하면 비즈니스의 품질, 경영진의 자질, 가격입니다. 순서대로 가중치를 주고 있으며, 가격은 가장 중요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가장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가치 1.0에서 가격이 주식 선택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였지만, 가치 2.0에서 가격은 가장 중요한 요인이 아니었으며, 가치 3.0에서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가치 3.0에서는 저렴한 비즈니스를 찾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성장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테크 주식을 찾는 것이 목적입니다.

구경제를 대표하는 코카콜라, 웰스 파고와 같은 기업들은 제품 개발, 판매 및 마케팅에 꾸준히 돈을 쓰고 있지만 테크 기업 대비 현저히 부족합니다. 대략 매출의 30%를 개발 및 마케팅에 투입한다면, 인튜이트(개인, 중소기업을 위한 금융/회계 소프트웨어 제조업체) 같은 테크 기업은 매출의 약 45%를 투입하고 있습니다. 저자가 주장한 어닝 파워라는 용어는 개발 및 마케팅에 과도하게 집중된 테크 기업의 손익 구조가 기존 기업들과 1:1 비교를 어렵게 하므로, 이를 기존 기업의 형식으로 조정한다는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개인 세금 신고용 프로그램

중소기업용 회계프로그램


2020년 기준 인튜이트의 주식의 PER 값은 43이지만, 통조림 수프로 유명한 캠벨은 PER 20배에 불과합니다. 주식 수익률(earing yield, PER의 역수)로 비교하면 인튜이트는 2%, 캠벨은 5%입니다. 지표로 따지면 당연히 캠벨을 사는 것이 타당해 보입니다. 다만 캠벨은 완전히 성숙한 기업이고 매출 하락을 막기 위해 쿠키·크래커 브랜드를 인수하였지만, 여전히 연평균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매출 성장률을 보입니다. 캠벨은 매출의 11%를 마케팅에, 1%를 연구·개발에 지출하고 있습니다.

<캠벨의 대표 제품, 캠벨 스프>


반대로 인튜이트는 지난 10년간 매년 9%의 매출 성장을 보이고 있으며, 연구·개발 및 마케팅에 연간 45~50%의 매출액을 지출하고 있습니다. 비용을 줄이는 캠벨의 선택과 비용을 늘리는 인튜이트의 선택은 모두 현명한 판단입니다. 여기서 인튜이트의 연구·개발 및 마케팅 비용을 캠벨 수준으로 조정하면, 인튜이트의 PER은 43에서 20으로 줄어듭니다. 가치 평가의 측면에서 두 기업 간 차이는 없으며, 이제는 경제적 해자(경쟁 우위)와 성장성만이 투자 주식 선택의 주요 요소가 됩니다.


정리

총 3부로 구성된 책의 1부를 정리하였습니다. 2부에서는 테크주, 비테크 주의 실제 가치 평가 방법이 등장합니다. 1부의 주요 시사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 현대의 테크 기업은 연구·개발 및 마케팅에 막대한 비용을 지출, 기존의 가치 평가 방식으로는 그 실체를 볼 수 없다.
  • 벤저민 그레이엄은 자산가치와 주가를 비교하여 투자 방식을 정립, 현대 증권 분석의 아버지로 불린다.
  • 워런 버핏은 그레이엄의 영향을 받았지만, 차츰 성장 가능성과 경제적 해자에 초점을 둔 투자 방식을 정립한다.
  • 구경제와 신경제의 기업은 1:1로 비교할 수 없다. 손익계산서상의 어닝 파워를 확인하기 위해 조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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