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말하지 못한 이야기: 불명예의 전당>

 종목 불문 다양한 스포츠에서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며, 오히려 스테로이드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멍청한 것으로 여겨지는 시대이다. 다큐는 스포츠 의학 연구소인 발코 연구소 CEO인 빅터 콘티와의 인터뷰로 시작한다.
<출처: ‘말하지 못한 이야기: 불명예의 전당’ 스틸샷>


서두

평소 NBA 농구 시청을 즐기는 편인데, 선수들이 약물을 하고 있을 거라는 이야기를 공공연히 듣게 된다. 사실이야 모르지만 힘든 일정과 운동량을 감안할 때 그들이 보여주는 체격, 근육량 등이 약물 없이는 유지될 수 없다는 게 그 설명이다. 넷플릭스를 보다가 우연히 눈에 우연히 걸린 다큐 ‘말하지 못한 이야기: 불명예의 전당, 스테로이드 약물 스캔들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를 느끼고 시청할 수 있었다.


줄거리(전반부)

종목 불문 다양한 스포츠에서 스테로이드를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며, 오히려 스테로이드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멍청한 것으로 여겨지는 시대이다. 다큐는 스포츠 의학 연구소인 발코 연구소 CEO인 빅터 콘티와의 인터뷰로 시작한다. 그는 야구선수인 배리 본즈와도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소는 운동선수들을 검사하고, 정보들을 수집하고, 경기력 향상과 보충제 공급에 그 목적을 두고 있었다. 1984년부터 2000년까지 발코 연구소는 합법적이고 법에 저촉되지 않았다고 빅터는 말한다.

다만 빅터는 80년대부터 이미 경기력 향상 약물의 사용이 만연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대표적인 경우가 캐나다의 육상 선수 벤 존슨이었다. 그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 양성반응으로 88 서울 올림픽 금메달을 박탈당하게 된다. 미국의 육상선수인 팀 몽고메리와의 인터뷰가 이어진다. 지기 싫어하는 선수들의 승부욕과 경쟁심이 약물 사용의 가장 큰 동기가 된다고 말하면서, 서서히 스테로이드에 빠져들었던 자신의 어두운 과거를 회상한다.

스테로이드 사용이 밥 먹듯이 일어나는 분야로 장면이 넘어간다. 바로 보디빌딩 분야이다. 발코 연구소는 1998년 25명의 보디빌딩 선수의 검사를 맡게 되는데, 놀랍게도 스테로이드가 검출되지 않았다. 재밌는 사실은, 이미 선수들이 특정 약물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빅터가 사전에 알고 있었음에도, 검사에서 해당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게 된 빅터는 검사에 걸리지 않는 금지 약물이, 자신이 팔던 합법적인 영양제보다 더 많은 수익을 가져올 수 있다고 기대하면서, 약물의 세계로 뛰어든다. 2000년 초부터 빅터는 선수들에게 약물을 공급하기 시작한다.


줄거리(후반부)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 출전한 여성 육상선수 매리언 존스는 엄청난 기대를 받는 선수였다. 각종 후원을 받고 부와 명예를 동시에 거머쥔 듯 보였다. 대회 전 빅터는 매리언의 관계자로부터 약물 공급을 요청받게 된다. 메리언은 올림픽에서 5개의 금메달을 거머쥔다. 다시 팀 몽고메리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1999년 세계 정상급의 선수였던 팀에게 빅터가 접근한다. 빅터는 팀의 세계 기록을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배리 본즈의 트레이너, 벤 존슨의 코치)를 초빙한다. 물론 방점은 약물이었다. 2002년 팀은 마침내 100m 세계 기록을 경신한다.

당시 야구계에서는 스테로이드가 금지약물이었지만 실제로 검사가 이뤄지지는 않았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야구계에서는 엄청난 거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배리 본즈, 알렉스 로드리게스, 호세 칸세코 등이 등장했고, 마크 맥과이어와 새미 소사의 홈런 경쟁이 그 모습의 정점이었다. 여기서 주목할 선수가 배리 본즈다. 빅터는 배리 본즈에게 각종 보충제를 공급하고 있었다. 다만 빅터는 본즈에 대한 스테이로드 공급 혐의는 강하게 부인하고 있었다.

국세청에서 일하던 제프 노비츠키 요원은 당시를 회상한다. 그는 발코 연구소의 현금 거래를 조사하다가 연구소가 한 혈액 검사 연구소에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 있고, 빅터가 인터넷 상에서 공공연하게 스테로이드의 효과와 가격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본능적으로 엄청난 사건이 될 것을 짐작한다. 제프는 점점 발코 케이스에 깊이 관여하게 되고, 발코 연구소에서 쓰레기를 수거하여 사건을 조사한다. 인간 성장 호르몬, 테스토스테론, 수표 송금 계획 및 일회용 주사기 포장지 등을 발견한다. 여기서 아이디어를 얻은 제프는 의료 폐기물 수거회사에서 발코에서 배출된 주사기를 회수하고, 주사기로 주입한 물질을 추출한다. 더불어 우편 폐기물을 통해 발코 연구소가 외부로 스테로이드를 배송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한편 2001년 배리 본즈는 홈런 신기록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본즈는 빅터의 고객이었고, 빅터는 약물 공급의 대가로 발코 연구소의 보충제에 대한 홍보를 본즈에게 맡긴다. 스포츠 스타들의 홍보로 빅터 연구소의 보충제는 밀리언 셀러 제품으로 자리매김한다. 현재의 빅터는 여전히 배리 본즈에 대한 약물 공급 사실을 부인한다. 빅터와 함께 일하던 트레버 그레이엄이라는 코치가 주사기 샘플을 반도핑 연구소에 보내는 일이 발생하고, 2003년 제프는 마침내 공개수사를 결정하고, 빅터는 불법 약물유통 혐의로 기소된다.


결말

제프는 수사의 타깃이 선수들이 아닌 발코 연구소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운동선수들에게 법정에서 진실을 말할 것을 부탁한다. 팀 몽고메리는 자신이 연루되었다는 사실, 약물 투약을 인정한다. 빅터가 사전 임상 실험을 거치지 않고, 선수들에게 약물을 투여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빅터는 이 상황에서 의사나 약사 노릇을 했지만, 실상은 어떤 자격이나 면허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빅터는 매스컴과의 인터뷰를 통해, 다들 약물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상 약물을 하는 것은 더 이상 속임수가 아니라는 궤변을 늘어놓는다. 42건의 혐의 중 40건은 취하되고, 빅터는 2건(스테로이드 유포, 돈세탁)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다.

4개월 복역을 마치고 감옥에서 나온 빅터는 자신의 과거를 반성하며, 공정한 경쟁의 장을 만드는 일에 노력하고 싶다고 말한다. 약물 투여 사실을 인정했던 팀 몽고메리도 경쟁심과 승리에 도취되었던 과거를 후회한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재의 빅터는 약물 사용하는 사람들을 잡는 법을 방송에서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으며, 여전히 스포츠 업종에서 일하고 있다. 재밌는 건 빅터 덕분에 오늘날의 약물 검사 시스템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현재의 빅터는 고급 차를 몰고 있으며, 사건으로 높아진 인지도 덕분에 보충제 판매도 호조를 보이며 부유하게 살고 있다.


리뷰

마지막 장면이 압권인데, 빅터가 발코 연구소의 표지판을 들고 말한다. "야구 명예의 전당에 기부하면 어떨까요?"
<출처: ‘말하지 못한 이야기: 불명예의 전당’ 스틸샷>

빅터 콘티가 악인인가? 유죄인가? 이런 질문은 제쳐두려 한다. 다큐멘터리가 끝나고 느낀 빅터 콘티라는 인간은 타고난 장사꾼이라는 생각이 든다. 잡힐 것 같으면 꼬리를 잘라내고 도망가는 도마뱀처럼, 끊임없이 부정하고, 타협하고, 동시에 또 다른 돈벌이 기회를 찾고 있다. 어떤 면으로 보던 비범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장면이 압권인데, 빅터가 발코 연구소의 표지판을 들고 말한다. “야구 명예의 전당에 기부하면 어떨까요?” 명예의 전당이 약물로 얼룩졌다는 소리인지, 약물로 명예의 전당급 선수를 만들었다는 소리인지는 모르겠지만, 중의적이고 실소가 나오는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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