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EBS 자본주의-돈은 빚이다) 개요, 돈은 빚이다, 리뷰

개요

‘인류에 자본주의가 출현한 시간은 24시간을 기준으로 불과 4초에 불과하다’라는 문구와 함께 영상이 시작한다. 평소 경제·금융 다큐를 즐겨보는데, EBS 다큐 ‘자본주의’에 대한 추천 글이 검색 포털에 자주 올라오길래 찾아보게 된 영상이다. 미국의 석학들은 저마다의 의견으로 자본주의를 정의한다. 혹자는 자유시장 체제, 문명화 과정에서 필수적인 요소, 진짜 경제를 들여다보기 위한 장막으로 자본주의를 정의한다. 현대사회는 금융 자본주의에 기반한 사회이다. 즉 돈에 의해 지배되는 사회이며, 돈이 태어나는 원리를 아는 것은 우리 모두에게 불편한 진실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돈은 빚이다

돈이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로 내용을 시작한다. 금융 자본주의 시스템은 영국에서 시작되어 미국에서 꽃을 피운 시스템을 말한다. 각각의 국가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자본주의를 변형시켜 받아들였지만, 그 근본원리는 다르지 않다. 돈과 자본주의에 대한 설명은, 물가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쉽게 풀어갈 수 있을 것이다. 가격은 모두가 알다시피 수요와 공급의 균형으로 이루어진다. 누구나 알고 있는 원리지만 과연 물가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만 형성되는 것일까? 또 다른 이유를 찾으면 중앙은행에서 찍어내는 통화의 물량 즉 통화량의 증가에 의해서도 물가가 오를 수 있다. 우리는 매스컴에서 흔히들 언급하는 양적완화, 통화팽창이 무엇인가를 지금부터 알 수 있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지폐와 동전만을 돈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를 제외한 나머지 돈이 있다. 중앙은행은 조폐공사를 통해 돈을 찍어내고, 시중은행에 공급한다. 기업은 은행으로부터 돈을 대출받아 설비투자를 하고 직원들에게 월급도 지급한다. 기업은 이 중 일부분을 상환하고, 시중은행은 또다시 다른 대출자를 찾는다. 이렇듯 간단하게 은행 업무를 정의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이는 은행이 하는 일의 이면을 너무 모른다고 말할 수도 있다. 은행은 입금된 금액의 일정 부분, 즉 지급준비금(율)을 제외하고 또 다른 대출을 만들고 있다.

이 이야기는 17세기 영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세공업자는 금을 만들고 사람들의 금을 맡아주는 대신에, 보관증을 써주고 보관료를 받고 있었다. 예금과 대출의 시차가 일치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 금세공업자는, 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사업을 한다. 현대에서 예대 차익이라 칭해지는 이익을 챙기고 있었던 것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금세공업자는 금고에 있지도 않은 금을 보관증을 발행하는 형식으로 빌려준다. 결국 금세공업자는 은행가로 발전하게 되고, 고객들의 출금 러쉬로 파산하는 뱅크런을 경험하게 된다. 이때 왕실이 등장하면서 금 세공업자에게 보유하고 있는 금의 가치를 상회하는 돈(보관증)을 발행하여 영업할 수 있는 면허(Chartered)를 허가해 준다. 왕은 전쟁을 위해 돈을 빌려야 했고 금 세공업자들은 고객의 확보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즉 서로 간의 이해관계가 맞았기 때문에 금 세공업자는 뱅크런으로 망하는 일 없이 은행가로서 발전할 수 있었다. 은행은 정부(과거 왕실)의 허가 아래, 통상 10%의 지급준비율을 이용해서 마음대로 돈을 불릴 수 있게 되었다. 이렇듯 90%의 돈은 시장에서 무한 증식해서 증가하고, 이 현상을 신용창조라고 한다. 바로 이것이 현대의 우리 사회가 빚을 권하는 사회가 된 이유이다. 미국의 은행 시스템을 연구하는 한 학자는 이를 야바위 게임(Shell game)이라고 칭한다. 당연하게도 통화량의 증가는 물가의 상승, 즉 인플레이션과 비슷한 형태의 그래프를 보인다.

여기서 중앙은행이 통화량을 조절하는 두 가지 수단을 알게 된다. 바로 이자율 조정과 화폐 발행(양적 완화)이다. 중앙은행이 계속 통화를 찍어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은행에서 돈을 대출받은 개인은 은행에 돈을 갚을 기회를 만들어야 하고, 총량이 정해진 돈이 같은 시스템 안에서 순환해도 돈을 빌린 개인은 이자를 갚을 기회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즉 이자와 대출을 갚은 유일한 방법은 중앙은행이 더 많은 대출, 즉 시중은행에 돈을 더 발행하는 방법뿐이다. 현재의 금융시스템은 빚 보전의 시스템이라고도 한다. 즉 누군가가 빚을 갚으면, 누군가는 대출과 이자를 갚지 못해 파산하게 된다. 그래서 자본주의 사회는 돈을 더 벌기 위한 경쟁을 피할 수 없다.

그렇지만 이를 막기 위해 통화량의 팽창을 무조건 막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바로 통화량의 축소로 물가가 하락하고 경제활동이 침체하는 현상인 디플레이션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뒤에 디플레이션이 따라오는 것은 숙명과도 같다. 자본주의 환경은 인플레이션 상황에서의 대출과 빚으로 이루어진 버블과 이를 수습하려는 디플레이션 기간이 순환하기 때문이다. 자본주의가 생겨난 이래 이를 연구하던 많은 학자들도 순환의 주기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주된 원인은 대출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들에게 대출을 줄 수밖에 없었던 자본주의 시스템 자체의 문제가 빚어낸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자본주의를 은행과 은행가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민간은행 시스템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다. 1944년 브레턴우즈 체재 이래, 미국의 달러는 세계의 기축통화가 된다. 1971년 미국의 금본위제도(일정량의 달러를 금과 교환할 수 있는 등가교환의 제도)는 폐지된다. 이는 미국이 더 이상 금의 보유량에 구애되지 않고 달러를 찍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자본주의의 역사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 더군다나 한국은행과 달리 미국의 달러를 찍을 수 있는 FRB(연방 준비은행)는 놀랍게도 민간 은행이다. 결국 우리의 지갑 속의 돈은 고립되어 있지 않다. 우리의 의도와 상관없이, 세계 경제 아니 미국 경제의 자본주의 시스템과 밀접하게 연관된 것이다.


리뷰

어찌 보면 단순한 원리지만, 중앙은행이 실제 찍어내는 돈보다 더 많은 돈이 은행을 거치면서 통화량이라는 이름으로 증식하여 우리 사회를 순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빚으로 또 다른 빚을 만들어 낸 은행 시스템과 자본주의가 우리를 무한 경쟁에 뛰어들게 하고 있으며, 이는 어쩔 수 없이 낙오자를 만들어 내고 있다. 그렇지만 이를 부정하고 경계하며, 내 지갑만 지키면 된다는 생각으로 세상을 살아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원했건 원하지 않았건, 우리는 세계 경제의 큰 흐름에 몸을 맡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소한 돈이 돌아가는 원리를 인지하고, 숲을 보는 안목을 가져야 할 것이다. 5부작으로 구성된 자본주의 시리즈의 첫 화가 상당히 인상 깊었기 때문에, 다음 화에서는 돈에 대한 어떤 통찰력을 가져다줄지 기대하면서 글을 마친다. 참고로 유튜브에서도 전체 영상을 볼 수 있으니 관심 있다면 시청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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