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인사이드 빌 게이츠> 화장실, 소아마비, 원자로, 후기


화장실

2008년 마이크로 소프트(이하 MS)를 떠난 후, 빌 게이츠는 아내 멜린다와 설립했던 재단의 운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미국 공교육, 여성 및 가족계획에 공을 들이고, 각종 약품 역시 제공하고 있다. 국제개발 리포트를 읽게 된 빌은 제 3 세계에서 설사로 아직도 많은 아이가 목숨을 잃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장면은 아프리카로 전환되고, 재래식 화장실에서 퍼 올린 배설물이 그대로 강변에 버려지는 장면이 나온다. 세계 인구의 절반 약 40억 인구에게 다른 선택지는 없다.

국제 개발기구에서는 WASH(Water, Sanitation, Hygiene / 물, 위생, 청결) 중 먼저 물에 많은 공을 들인다. 물로 인해 설사와 관련된 모든 감염이 일어난다. 위생에 관련된 자선 활동은 흔하지 않지만, 대표적으로 언급되는 부분이 화장실과 하수시설이다. 동시에 혁신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빌은 이 문제에 새로운 사고를 적용할 수 있는 인재를 찾고 있다. 빌은 항공우주 회사의 기계 공학 전문가인 피터에게 위생 문제에 관해 도움을 청한다. 화장실과 하수처리 시스템의 비용 절감을 위한 기발한 아이디어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화장실에 배설물을 모으면서 동시에 연료로 바꿀 수는 없을까”라는 질문이 그들의 공통 관심사였다.

빌은 화장실 프로젝트를 위해 명망 있는 대학교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대부분 대답조차 하지 않았다. 결국 최고의 엔지니어들이 지원이 중요한 사업이나 군수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빌은 그들의 관심사를 화장실로 이끌 방법을 고민하고 있었다. 여기서 그가 자라오면서 형성된 혹은 부모님이 물려 주신 특유의 경쟁심이 빛을 발하게 된다. 수돗물, 전력, 정화시설을 전혀 쓰지 않는 최고로 효율적인 화장실을 고안하는 시합을 열게 된다. 중국에서 열린 화장실 박람회에 빌이 참석한 이후 6년이 지났다. 엔지니어들은 시제품을 개량하고, 화이트보드 앞에서 빌이 구상했던 아이디어는 점점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대부분의 시제품 개발업체가 5만 달러의 예산을 얘기하지만, 빌이 생각한 건 500달러였다.

다음 과제는 하수처리시설, 이 문제는 피터의 도움을 받게 된다. 배설물을 끓여서 나오는 증기를 활용해서 에너지를 생산하고 동시에 식수를 만드는 아이디어를 생각한다. 18개월 만에 마침내 피터의 팀은 독립형 하수 처리장의 시제품을 개발하고 “옴니 프로세서”라고 이름을 붙인다. 배설물을 강에 버리는 대신 프로세서에 넣어 수분을 증발시키고, 고체들은 불에 넣고 태워서 증기를 만들고, 증기기관으로 만든 전기로 공정을 가동한다. 나오는 부산물은 식수와 재뿐이다. 마지막 과제는 세네갈의 다카르에서 이 설비가 작동하게 하는 것이다. 현재 옴니 프로세서는 다카르 배설물 슬러지의 1/3을 처리하고 있으며, 동시에 깨끗한 식수를 제공하고 있다. 2018년 11월, 주택용 설비 제조업으로 유명한 릭실이 빌의 팀이 고안한 화장실 중 하나를 개발하겠다고 선언한다. 매스컴에서 제일 다루지 않는 일상 즉, 매일 겪는 고통에 관심을 보인 화장실 프로젝트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소아마비

지금 그의 초점은 서양에서는 이미 먼 추억이 된 소아마비의 근절이다. 1955년 소크 백신의 개발로 현재는 흔하지 않지만, 개발도상국에서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질병이다. 워렌 버핏과 빌 게이츠가 브릿지 게임을 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그들의 인연은 1991년으로 돌아간다. 빌의 어머니는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투자자인 버핏을 꼭 만나봐야 한다고 만남을 주선하지만, 빌은 바쁘다는 핑계로 미팅을 미루고 있었다. 자신이 원했던 질문을 처음으로 물어봐 준 사람이 버핏이었다고 빌은 기억한다. 버핏은 수십 년간 모든 재산의 절반을 빌의 재단에 기부한다.

감정적 연결에 의한 원조는 소규모의 변화밖에 가져다줄 수 없고, 시스템 자체에 큰 변화를 주고 싶다면 대규모로 적용해야 한다고 빌은 말한다. 즉, 가성비를 추구하는 게 목표라고 하는 빌에게, 제작진은 그런 대답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지 못할 것 같다고 말하자, 빌은 사람들의 반응은 내 관심사가 아니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나의 목적은 ‘최적화’라고 대답한다. 빌이 레이크 스쿨 11학년일 때 학교 교장은 그에게 과제를 주었다. 지역 여학교와 막 합병한 상태이고 학생이 두 학교에 퍼져있는 상태에서, 누구도 제대로 된 수업 시간표 작성법을 알지 못했다. 더군다나 합창단이 있는 교실 위에는 미비한 방음시설 떄문에 드럼 연주실을 놓을 수 없다던가, 이런 식의 제약조건이 너무 많았다.

나이지리아의 소아마비를 대응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문제점은 한 지역에 대해 공격적으로 대응하면, 잠시 없어진 것처럼 보이다가 다시 여러 지역에서 나타난다는 것이다. 흡사 두더지 게임을 보는 듯하다. 나이지리아의 소아마비 문제는 11학년 때 빌이 직면했던 수업 시간표 작성과 ‘상충’이라는 측면에서 매우 흡사하다. 빌은 마침내 수업 시간표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 내지만, 학교 선배인 폴 앨런의 도움이 필요했다. 학기가 시작하기 2주 전이었고, 그들은 밤낮으로 코딩하며 마침내 프로그램을 완성했다. 이후 두 사람은 교통 분석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한 학기 동안 학교에 나가지 않고 수력, 전력회사를 위해 프로그램을 세팅하기도 한다.

나이지리아의 소아마비 근절을 위해서는 접종자를 위한 정밀한 지도가 필요했지만, 나이지리아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1945년 영국에서 제작한 지도밖에 없는 상태였다. 빌의 팀은 인공위성 사진과 알고리즘 등을 이용하여 나이지리아의 지도 제작을 돕기 시작한다. 소아마비 근절을 위한 화두는 효율이었다. 의료계 종사자들이 최우선으로 방문하여 접종해야 할 곳을 선정하기 위해 백신 접종률, 인구변화와 같은 데이터를 처리, 분석하기로 한다. 빌과 그의 팀의 노력은 나이지리아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었다. 소아마비에 걸린 아이들의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그러나 2010년 새로운 테러 세력들이 등장하여, 마을과 도로를 장악한다. 사제 폭탄으로 백신 접종자들이 죽고, 소아마비 의료인들을 보호하던 경찰이 총에 사살된다. 사람들은 빌의 시도가 실패했다고 말하지만, 2013년 백신 정상회담에서 6년 안에 소아마비를 근절시킬 계획을 다시 발표한다.

원자로

빌의 관심을 끈 다음 분야는 탄소 배출에 의한 기후변화 문제이다. 친환경 에너지로는 기존의 화석 연료 에너지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고 판단하고, 사고의 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원자력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반감을 알고 있지만, 그 가능성을 다시 고려하기 시작한다. 빌은 전문가들과 논의 후, 가장 최신이라는 원자력 발전소조차 60년대 기술 수준에 기반한 설계, 70년 기술 수준에 기반한 구현으로 이루어졌다고 분석한다. 빌은 더 나은 원자로 구상을 위해 전문가의 의견을 수용하고, 시뮬레이션을 직접 수행하기 위해 벤처기업 ‘테라 파워’를 설립한다. 테라파 워에 있는 빌의 팀은 5년간 설계 개선 및 테스트에 노력을 기울였다.

효율적이고 안전한 원자로의 설계가 이루어졌다고 생각하는 순간, 일본 동일본 대지진에 의한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누출이 발생한다. 세상은 원자력 자체를 비난했지만, 빌은 그의 팀이 설계한 원자로는 다르다고 확신했다. 테라 파워의 원자로는 농축 과정에서 버려진 우라늄 부산물(투입된 우라늄의 약 90%)을 활용한다. 켄터키주에는 미국이 약 125년간 사용할 수 있는 전기를 생산할 만큼의 부산물이 쌓여 있다. 수년간의 노력 끝에 원형을 완성했고, 이제 견본 원자로 완공 자금과 장소가 필요했다. 원자로 테스트를 위한 장소로 중국을 선택했다. 그들의 오랜 결실은 이제 성공을 앞두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미·중간 무역 분쟁으로 첨단 기술과 관련한 중국 투자에 규제가 생겼다. 빌의 원자로 프로젝트는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후기

빌의 어린 시절, MS의 초창기 및 최근까지의 사건 중 다큐의 주요 프로젝트와 관련되지 않는 부분 일부를 내용 정리에서 제외했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빌은 ‘위대한 개츠비‘의 구절을 인용한다. ‘개츠비는 푸른 잔디에 오기까지 먼 길을 찾아왔고, 이제 그의 꿈은 도저히 놓칠 수 없을 정도로 정말 가까이 보였을 게 틀림없다.’ 푸른 잔디로 비유된 그의 목표(화장실과 하수처리시설, 소아마비 근절, 안전성을 확보한 개선된 원자로)는 성공했다고 보기 힘들다. 다만 이 작품을 보면서 중요하다고 느낀 건 프로젝트의 성공 혹은 실패 여부가 아니다. 효율과 최적화를 통해 최대 다수의 최대 이익을 목표로 하는 문제 해결 방식, 머리 속에 밑그림이 그려지면 저돌적으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그의 투지와 경쟁심, 이 두 가지가 결국 다큐멘터리가 보여주려 했던 빌 게이츠의 내부(Inside)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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