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헤어질 결심> 줄거리(부산), 줄거리(이포), 결말

산 정상에서 한 남자가 추락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부산 경찰서 경감 장해준은 사망자 기도수의 미망인인 송서래를 용의선상에 놓고 조사하기 시작한다. 의심을 가지고 알리바이에 대한 탐문 조사와 신문이 시작되지만, 동시에 그녀에 대한 관심도 점점 커져 간다.
<출처: ‘헤어질 결심’ 스틸샷>


줄거리(부산)

부산 경찰서 경감 장해준(박해일)과 후배 오수완(고경표)이 사격 연습을 하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질곡동 사건’을 우리가 맡는 게 어떻겠냐고 후배 수완에게 의견을 묻고, 용의자 이지구를 찾기위해 PC방에 들르게 된다. 주말부부인 해준은 아내가 원자력 발전소 감독관으로 일하고 있는 이포(가상의 공간)로 이동하고 수완에게 잠복근무를 맡긴다. 다음 주 구소산 사망 사건 현장으로 출동한 해준과 수완은 사망자의 유류품을 통해 이름은 기도수, 1960년 생, 출입국 사무소에서 근무하다가 퇴직, 추락 중 3번 절벽과 부딪혔다는 사실, 모든 소지품에 KDS라는 이니셜을 새겨 놓았다는 점을 알게 된다. 시체 검시실로 기도수의 아내인 조선족 출신의 송서래(탕웨이)가 방문하고 해준은 그녀의 병원기록 – 지속적으로 기도수에게 폭행당했다는 사실, KDS 문신이 허리에 새겨졌다는 것 – 을 확인한다. 노인 전문 간병인인 서래의 월요일 행적, 즉 기도수 사망 당시를 조사하는 해준, 돌봄 센터에서 직접 전화를 걸어 간병인의 출근 확인을 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센터 직원은 서래의 알리바이를 확인시켜 준다.

경찰서에서 기도수의 손톱 아래 다른 사람의 DNA가 발견됐다는 연락을 받게 되고, 해준은 서래의 구강세포 DNA 채취를 위해 연락한다. 서래는 산에 가기 싫어한 그녀를 기도수가 손으로 할퀴었다는 진술을 들려주고, 해준은 저녁으로 초밥을 사주게 된다. 식사 후 해준은 서래에게 치약을 발라 주고 방수밴드를 건네고, 서래는 화장실에서 향수를 뿌린다. 서로에게 점점 호의를 가지게 되는 모습이 드러난다. 5년 전 평택항으로 입국하던 38명의 조선족 중 혼자 추방되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를 묻자, 할아버지가 만주 조선 해방군 출신에 건국훈장을 받았다고 말한다. 질곡동 사건의 용의자 이지구가 현장에 나타났다는 제보를 받고 출동해서 해준이 그를 체포하고, 집으로 돌아가던 서래는 먼 발치에서 그 모습을 바라본다. 체포 과정에서 이지구가 범인이 아니라고 판단한 해준은, 친구 홍산오를 살인범으로 판단한다.

확실한 알리바이로 용의선상에서 거의 제외됐음에도 해준은 서래의 집 근처에 잠복하며 그녀를 감시한다. 이제는 감시인지 관심인지 점점 그 경계가 모호해진다. 저녁으로 아이스크림을 먹는 모습, 서래가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모습, 까마귀를 땅에 묻어주는 모습, 서래에 대한 해준의 관심은 점점 커져간다. 수완은 중국에서 송서래가 어머니를 살해했다는 사실, 중국으로 송환되면 최소 무기징역이라는 내용의 자료를 전하고, 해준은 서래에게 이 자료에 대해 묻는다. 서래는 해준을 자신의 집으로 부르고, 해준은 볼멘소리로 투덜대지만 면도를 하고 속도를 내면서 그녀의 집으로 간다. 그녀는 어머니를 돌보기 위해 간호사가 되었지만,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던 어머니는 삶을 끝내기를 원했기 때문에 서래는 펜타닐로 어머니의 죽음을 도왔다. 서래에 대한 의심의 끈을 놓지 못한 수완은 서래의 집에서 난동을 피우고, 해준은 수완을 보내고 그녀의 집을 청소하고 사건이 종결되었음을 알린다. 자기 집으로 돌아와 그녀에게 밥을 해주고, 서래는 해준이 중국어를 공부하고 있고 교재 사이에 까마귀 깃털이 있는 걸 확인하고 웃음 짓는다. 서래는 해준의 질곡동 사건자료를 보고 범인이 홍산오이고, 여자친구인 오가인을 죽을만큼 좋아했기 때문에 살인을 저질렀음을 단숨에 파악한다. 오가인은 이미 결혼을 했고, 홍산오와 먼 데 살고 있다고 묻는 해준에게 “한국에서는 좋아하는 사람이 결혼했다고 좋아하기를 중단합니까?” 라고 서래는 반문한다. 이 대사가 상당히 의미심장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영화 전반에 드러나는 그녀의 사고방식, 목표 지향적이고, 과정에서의 도덕적인 판단이 완전히 결여되었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여느 때처럼 불면증에서 시달리고 있는 해준, 서래는 해준의 집으로 찾아와서 재워주러 왔다고 말한다. 해준의 집 벽에 걸려있는 사건 사진 중 질곡동과 구소산 사건의 사진들을 모두 태우고 해준을 재워준다. 이 후 거리낄 것이 없는 해준과 서래는 절간으로 데이트를 하러 가고, 서래는 해준이 품위 있다고 말하고 해준은 거친 그녀의 손에 핸드크림을 발라준다. 법당 안에서 해준이 잠복 중 녹음했던 파일을 나눠 듣고 서래는 그 파일을 지워버린다. 의식이 없는 화요일 할머니를 돌보느라 월요일 할머니를 돌볼 수 없는 서래를 대신해 해준이 월요일 할머니를 돌보러 간다. 여기서 해준이 확인한 것은 할머니의 폰이 서래의 폰과 동일하고, 폰에 내장된 만보계에는 138층 높이만큼 걸었다고 기록되어 있고, 할머니는 치매가 심해 서래가 오는 그날을 무조건 월요일로 인지한다는 사실이다. 즉 이 내용을 종합하면 할머니와 핸드폰을 바꿔서 산으로 가서 기도수를 죽이고 돌아와서 다시 폰을 바꿨다는 결론이 도출된다.

해준은 직접 산에 오르면서 소요 시간 검증을 하고 정상에 도착한 직후 138층이 찍힌 것을 확인한다. 해준은 서래의 집으로 가서 자초지종을 묻고, 남은 의문점을 질문하게 된다. 서래는 기도수로부터 지속적으로 가정폭력을 당했지만, 중국으로 추방해 버리겠다는 협박을 받고 있었던 탓에 신고할 수가 없었다. 그녀를 책망하며 “나한테 품위가 있다고 했죠? 품위가 어디서 나오는지 알아요? 자부심이에요. 난 자부심 있는 경찰이었어요. 그런데 여자에 미쳐서 수사를 망쳤죠, 나는요, 완전히 붕괴됐어요. 할머니 폰, 같은 기종으로 바꿔드렸어요. 저 폰은 바다에 버려요, 깊은데 빠뜨려서 아무도 못 찾게 해요.”라고 말한다. 자신이 서래에게 속았음을 깨닫지만 아직 그녀에게 감정이 남아있던 해준은 그녀의 범죄은폐를 용인해 버린다. 해준이 떠난 후 서래는 뒤늦게 ‘붕괴‘의 뜻을 찾아보고 눈물을 흘린다.

줄거리 (이포)

아내가 있는 이포로 전근을 신청한 해준은 완전히 ‘붕괴‘된 상태로 불면증과 우울증에 시달리고, 아내는 해준의 얼굴이 많이 상했음을 걱정한다. 서래가 사철성에게 맞는 장면이 이어진다. 사철성의 어머니는 전 재산을 서래의 두 번째 남편인 임호신(박용우)의 금융 사기로 잃고 병상에 누워 있는 상황이다. 빚쟁이를 피해 연고가 없는 이포로 이사한 서래 부부는 수산시장에서 우연히 해준 부부와 마주치고, 해준과 서래는 오래만에 만난 아쉬움을 표현한다. 집에서 생선을 손질하던 해준을 대신해 전화를 받은 아내가 살인사건 소식을 알려준다. 현장에서 확인한 사망자는 서래의 남편인 임호신, 분노한 해준은 근처에 있던 서래에게 다가가 “이러려고 이포에 왔어요? 내가 그렇게 만만합니까”라고 묻고 서래는 “내가 그렇게 나쁩니까”라고 반문한다. 다시 경찰서 취조실에서 마주친 두 사람, 대화는 매끄럽게 이어지지 못하고 어긋난다. 다만 서래는 헤어질 결심을 하기 위해 임호신과 결혼했다고 말한다. 서래가 청록색 원피스를 입고 바다에 폰을 버리는 장면이 관광객에 의해 촬영되고, 해준은 그녀의 집으로 찾아가 원피스를 찾는다. 서래는 사건의 전말을 해준에게 설명한다. 산책하고 왔더니 피 냄새가 났고 갑자기 피 냄새를 싫어한다고 말한 해준이 생각나 사체를 씻기고 앉혀 놓았고, 피가 묻은 원피스를 태웠다고 말한다. 해준은 중요 증거의 인멸로 서래를 긴급 체포한다. 임호신이 사망할 무렵 근처에서 사철성의 차량이 확인되었고, 취조 끝에 어머니 사망에 대한 화를 이기지 못해 임호신을 살해한 것으로 밝혀진다.

범인이 밝혀졌음에도 해준은 서래에 대한 수사를 멈추지 않는다. 서래가 던져버린 폰에 들어있는 내용을 확인하기 위해 서래의 집에 가지만 서래는 호미산 – 서래의 표현을 빌리자면 어머니와 할아버지가 그토록 찾았던 곳 – 에 올라가 있다. 서래를 쫓아 호미산으로 가는 해준, 서래는 엄마와 할아버지의 유골을 뿌리기 위해 여기 왔다고 말하고, 자신을 다시 만나서 기쁘지 않으냐고 묻지만, 해준은 서래씨와 나의 관계가 형사와 피의자 관계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한다. 해준은 서래의 부탁으로 유골을 산에 뿌리고 서래는 해준이 바다에 버리라고 했던 폰을 건네주면서 사건을 재수사하고 붕괴 이전으로 돌아가라고 말한다. 두 사람은 다시 사랑을 확인하고 산에서 내려간다.

경찰은 잠수부의 손을 빌려 서래가 던진 폰, 임호신의 대포폰을 다시 건져내고, 폰에는 부산에서 서래와 해준이 마지막으로 나누었던 대화가 녹음되어 있었다. 임호신은 여기에 녹음된 내용을 빌미로 서래에게 금융 사기에 협조할 것을 협박하고 있는 상태였다. 해준이 서래를 위해 구소산 사건을 은폐하려는 내용이 담겨져 있는 이상, 서래도 가만있을 수 없었다. 유골함 뚜껑에 붙어있던 남은 펜타닐을 들고 사철성 어머니의 병실에 병문안을 간다. 사철성의 어머니를 독살하면, 사철성의 분노가 바로 임호신에게 쏠릴 것을 계획한 것이다. 모든 진실을 알게된 해준은 서래에게 전화를 한다.


결말

서래는 “당신이 사랑을 말한 순간 당신의 사랑이 끝났고, 당신의 사랑이 끝난 순간 내 사랑이 시작됐죠”라고 말한다. 부산에서 서래의 범죄를 은폐하는 해준의 마지막 목소리가 그의 이별 선언이자 사랑의 끝이었고, 그 순간 서래의 사랑은 시작됐다. 해준과 헤어질 결심을 더욱 확고하게 하기 위해 임호신과 결혼을 했고, 해준을 위해 임호신이 사철성에게 죽게 만들었다. 전화를 끊은 서래는 바다로 향하고 바다에 구덩이를 파고, 술을 마시고 조용히 죽음을 기다린다. 호미산에서 서래가 그의 미결사건이 되고 싶다고 말한 것처럼 그녀는 해준의 미결사건이 되었다. 뒤늦게 바닷가에 도착한 해준은 서래를 목 놓아 부르지만 들릴 리가 없다.

영화 내내 많은 함의가 있었지만 한 가지 인상 깊었던 장면과 은유를 언급해 보고자 한다. 해준에게 미결사건이란 포기할 수 없는, 벽에 사진을 붙여 놓고 불면증을 유발할 정도로 집착하는 대상이다. 구소산 사건이 종결되고 서래는 그의 기결사건이 되고 싶었다. 그렇기에 해준의 집에 방문해 사건의 사진을 모두 불태운다. 반면 서래의 사랑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포에서는 해준의 미결사건이 되고 싶어한다. 해준이 미결사건을 어떻게 대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사랑은 영화 내내 나란히 진행되지 못하고 전반부와 후반부 내내 타의(기도수, 임호신)에 의해 계속 엇갈린다는 점이 애틋함을 자아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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